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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 일상 속의 인성교육 꽃피우다 김한수 대구 능인중학교 교사

글_ 김혜진 객원기자

새 학기가 열리는 봄, 학부모·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캠프를 운영해 오면서 아이들의 교실 밖, 일상 속 인성교육을 실천에 옮겼다. 또 아이들의 큰 꿈을 응원하기 위한 진로캠프,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제자를 돕기 위한 자전거길 국토 종주까지. 지난해 12월, ‘2020 올해의 스승상’에 선정된 대구 능인중학교 김한수 교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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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이곳 중학교에 부임하면서 반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좀 더 구체화하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교실 밖 일상 속의 교육’이었어요.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하는 가족 캠프의 형식을 빌린 것이었죠. 새 학기가 시작되고 4~5월경에 진행되는 캠프 후에는 아이들이 조금씩 달라져 있습니다. 캠프에 동행해 준 부모님께 감사하고, 친구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키우게 되죠.”


  대구 능인중학교(교장 정영채) 김한수 교사의 이 같은 ‘참교육, 인성교육 실천’은 올해로 15년째를 맞는다. 2008년부터는 직접 ‘씨앗장학회’를 설립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난치병을 앓는 학생과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돕는 후원 캠페인으로 부산에서 인천까지 633km를 자전거로 완주했다.


“행복가족캠프 하면서 아이들과 잘 놀았죠”

  “교육은, 더욱이 인성교육은 특별함이 아니라 일상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교사로서 이를 실천하기 위해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 잘 뛰어놀았어요(웃음). 행복가족캠프도 인성교육을 목표로 한 그중 하나이고요. 여름방학에 이뤄지는 진로캠프인 ‘꿈꾸는 커리어 버스’ 역시 학교 밖에서 주로 활동이 이뤄집니다. 이러한 체험활동들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해 있는 아이들을 보면 대견하고 뿌듯하죠.”


  김한수 교사는 학생들로만 구성했던 첫해의 캠프에서는 인성교육에 대한 효과나 만족도 측면에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단다. 그 대안으로 검토했던 의견이 학부모도 직접 캠프에 참가하기로 한 것. 장소도 교실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팔공산, 화왕산 등에서 야영하는 1박 2일 일정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캠프 첫날, 밤에 촛불을 켜고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시간이 있습니다. 참가한 부모님들도 당신의 부모님께 편지를 써요. 이때 종종 눈물을 쏟으시는 분도 있는데, 이 시간에는 특히 아이들이 더 큰 감동을 표현해요. ‘아, 우리 엄마(아빠)도 누군가의 딸(아들)이었구나!’ 하면서요.” 이렇게 감동한 아이들은 자신도 부모님께 다시 편지를 써서 읽으면 안 되느냐고 제안하기도 한다. 김 교사가 설계한 이 ‘행복가족캠프’의 목표는 명료하다. 서로 다른 영역의 주체인 부모와 자녀,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교사인 그가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며,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야외 캠프를 운영하면서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난 아이들에겐 자신감 충전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캠프장이었던 팔공산, 또 화왕산 입구까지 ‘엄마(아빠) 찬스’나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스스로 찾아가는 미션이 조별 활동으로 부여된다. 조금 늦어지는 팀은 있어도, 아이들은 목적지까지 무사히 찾아온다는 게 김 교사의 귀띔이다. 그러면서 그는 “인성교육은 학교와 가정에서 동시에 수행되어야 효과가 크기 마련인데, 새 학기의 이 가족캠프가 교육가족으로서의 역할에 큰 디딤돌이 되는 것 같다.”라고 소개했다. 



재학생인 난치병 환우와 코로나19로 가정형편이 절박해진  학생을 돕기 위한 나선 사랑의 자전거길 633km 종주재학생인 난치병 환우와 코로나19로 가정형편이 절박해진 학생을 돕기 위한 나선 사랑의 자전거길 633km 종주


매년 진행해온 행복가족 별빛캠프.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캠프를 열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매년 진행해온 행복가족 별빛캠프.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캠프를 열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꿈꾸는 커리어 버스’와 ‘씨앗장학회’

  학생들의 진로캠프인 ‘꿈꾸는 커리어 버스’는 아이들이 좀 더 다양한 세계의 사람들과 직접 만나는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은 현재 능인중학교뿐만 아니라 대구시교육청과 연계, 대구시 내 타 중학교와도 공동으로 운영된다. 이제까지 대구지역을 벗어나 서울시청과 국회, 파주 출판단지 등 좀 더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하면, ‘그 꿈은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와서 당황할 때도 있죠. 이런 아이들을 위해 ‘큰 사람들의, 큰 생각을 가지고, 우리의 생각을 키워 보자’는 주제로 만든 프로그램이 ‘꿈꾸는 커리어 버스’입니다. 이 캠프를 통해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자신의 그림을 스스로 그려갈 수 있게 되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기특하고 또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대학로의 극장에서 뮤지컬 배우와 만났던 한 제자는 자신의 꿈대로 현재 영화 만드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면서 교실 밖에서 이뤄지는 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그다. 


  김 교사는 2008년부터 ‘씨앗장학회’를 설립,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씨앗 장학증서’의 혜택을 받은 학생은 25명. 발족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서 장학회는 한때 존립의 위기를 맞기도 했었다.


  “저의 고교 동창들이 매달 후원으로 장학기금 마련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었어요. 그러다가 금융위기가 오면서 친구들의 경제 사정도 나빠졌고, 기금도 고갈되어 갔죠. 그때 고맙게도 아내가 큰 결심을 해 주었죠. 단 한 명의 학생에게라도 장학생이라는 꿈을 꿀 수 있게 하자고요. 그렇게 매달 5만 원씩 아내가 기금을 적립해 나갔죠. 이후부터 발급하는 장학증서는 아내(이선희 씨) 명의로 표기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일상 속의 체험과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는 김한수 교사일상 속의 체험과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는 김한수 교사



633km를 달린 ‘사랑의 자전거길’

  학교에서 현재 장학담당 업무를 맡은 김 교사는 지난해 8월, 대형 프로젝트 하나를 실행에 옮겼다. 재학생인 난치병 환우와 코로나19로 가정 형편이 절박해진 학생을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 늦여름 더위가 유독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8월 14일, 김 교사는 자전거를 타고 부산 낙동강 하구에서 출발, 인천 서해 아라갑문까지 633km의 자전거길 종주를 완주했다. 새벽 5시 출발하여 오후 6~7시까지, 꼬박 3박 4일을 자전거 두 바퀴에 의지해 달렸다. 다행히 그의 결단에 흔쾌히 함께 달리겠노라며 지원해 준 친구와 동료 교사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단다.


  “완주 과정이 동료들이 가입해 있는 SNS에 실시간으로 공개됐어요. 지켜보던 선생님들의 후원으로 750만 원이라는 거금이 짧은 시간에 적립되었고요. 후원금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아, 다른 선생님들도 3박 4일 동안 이렇게 응원하면서 한마음으로 달리셨구나’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솟았죠.”


  완주 후에도 졸업생과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동참하면서 후원금은 950만 원으로 불어나 그를 더욱 감동케 했다. 김 교사의 이와 같은 장학담당 업무는 그가 교직에 있는 한, 계속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 자신, 고교 시절 등록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형편으로 실업계 학교로 전학을 진지하게 고민했을 만큼 어려움을 겪었던 터다. 김 교사는 그때 은사님들이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마도 현재의 진로는 달라져 있을지도 모른단다.


  김 교사는 지난해 12월 말, 교육부에서 선정한 ‘2020 올해의 스승상’을 수상했다. 이때 받은 상금 일부도 ‘씨앗장학회’의 기금으로 적립될 예정이다. 지난해의 ‘사랑의 자전거길’처럼, 올해도 코로나19가 진정되면, 학생들과 함께하는 또 다른 형태의 자전거 종주도 구상 중이란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행복가족 별밤캠프’를 진행할 수 없게 돼 아쉬움이 컸었죠. 올해는 이 프로그램과 대체할 만한, 학부모님과 함께하는 온라인 캠프도 구상 중입니다.”


  일회성이 아닌, 일상 속의 체험과 인성교육 프로그램들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는 김한수 교사. 올해 안에 이 체험활동의 구체화 된 정보들을 담은, 교사들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안내서도 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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