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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1 - 디지털 인재 양성은 시대의 과제, 교육혁명이 필요하다

글 _ 임완철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USG공유대학 대학교육혁신본부 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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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21세기 현재, 세계를 변화시키는 핵심동력은 ‘기술’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흔히 ‘그렇다.’이다. 조금 더 조심스럽게 답을 구성해보면 ‘다른 핵심동력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기술을 빼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정도일 것이다. 만약, 19세기 말 혹은 20세기 초에 이 질문이 제기되었다면, 가볍게 ‘그렇다.’라고 할 수 있었을까? 그 당시에는 ‘자본주의, 사회주의 등의 이념’이거나, 혹은 우주와 세계를 이해하는 새로운 ‘전자기이론,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등의 이론’을 핵심동력에서 무시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질문이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변화가 몰아치던 18세기 유럽에서 제기됐다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증기엔진 등의 ‘인공의 힘’을, 16세기와 17세기의 유럽이라면, 세계의 존재와 변화를 설명하는 새로운 방법인 뉴턴역학 등의 ‘과학’을 우리 세계를 변화시키는 핵심동력이라고 답했을 가능성이 높다. 



02  21세기 현재, 우리는 충분히 높은 확률로 직업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쉽게 ‘그렇다.’라고 답을 할 수 있을까? 현재의 고등학생이 자기 직업을 가진 상태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미래를 고려한다면 5년, 10년 뒤의 미래를 예측해야 하고 전문직업으로의 진출을 고려한다면 15년 뒤 혹은 20년 뒤의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직업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의 변화가 빠를 뿐만 아니라 어느 영역에서 어떤 기술이 등장하여 현재의 직업에 영향을 미칠지 전체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없다는 점도 직업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5년, 10년 뒤 혹은 20년 뒤, 그때도 우리는 여전히 현재와 유사한 방법으로 ‘코드’를 짜고 인공의 인지시스템을 학습시키고 있을까? 만약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확신하기 어렵다면, 우리는 현재의 학생들에게 디지털 코드와 데이터를 다루는 ‘유연한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즉, 직업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건 유연하게 대응하며 그 세계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유연한’ 교육과정을 100만 디지털 예비인재의 학습경험 속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03  21세기 현재, 우리의 교육시스템을 기초로 이 문제를 다루어도 되는가?

  우리 교육시스템이 가진 몇 가지 전제를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생물학적 연령을 기준으로 학년을 나누는 방법이다. 둘째, 졸업 이전과 졸업 이후를 엄격하게 나누는 방법이다. 졸업 이후에는 교육시스템의 접근이 불가하거나 매우 어렵다. 셋째, 학교, 교실이라는 하나의 공간과 동일 시간에 집합하는 방법이다. 우린 코로나19에도 디지털 공간에 동일 시간에 집합했었다. 넷째, 가르치는 역할을 담당하는 주체와 배우는 역할을 담당하는 주체 사이의 비대칭성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알고 있고 배우는 사람은 모르고 있다거나, 가르치는 사람은 잘하고 배우는 사람은 못한다 등의 비대칭성을 전제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디지털 기술’은 100년 넘게 유지되어온 이 교육시스템의 기본 전제들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은 교육시스템의 혁신과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라는 것이다. 서로 다른 연령대의 학생들이 집합하지 않고 서로 다른 물리적, 디지털 시공간 속에서 서로 다른 학습경험을 누리게 할 수 있는, 졸업 이후에도 교육시스템에 수월하게 재진입할 수 있으며 가르치는 역할과 배우는 역할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통해서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04  쉼 없이 변화하는 디지털 코드와 데이터를, 변화하지 않는 (변화하기 어려운) 교과서/종이교과서로 다룰 수 있는가?

  2019년, <인공지능과 미래사회>(서울교육청 인정도서)라는 고등학생을 위한 인공지능 교과서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그래도 3년은 버틸만한 내용은 종이교과서에 담고, 나머지는 디지털 실습플랫폼에서 감당하게 하자.’와 같은 기준을 집필진들이 합의하고 ‘교과서 개정할 때도 함께 하자.’는 약속을 했었다. 2022년 9월 현재, 종이교과서를 다시 써야 한다는 요구가 당시의 집필진에게 전달되지는 않았고 코드와 데이터를 실습하기 위한 디지털 코딩실습플랫폼은 여러 우여곡절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지지 못했으며 여전히 샘플 코드와 데이터는 깃허브(GitHub)에 있다. 


  100만 디지털 예비인재 양성은 종이교과서로만 감당할 수 없다. 디지털 기술의 변화에 적응하는 ‘매체’와 코드와 데이터를 다루는 지식·정보·경험을 주고받을 ‘실습플랫폼’이 ‘공식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야 하고, 이러한 자원을 포함할 수 있도록 ‘초·중·고 공식 교육시스템’이 변화해야 한다. 말하자면, 디지털 실습플랫폼에 연결된 디지털 텍스트가 ‘교과서 검인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05  학생들의 삶과 연결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교육계의 대원칙은 어떻게 구현되는가?

  세상을 설명하는 모든 이론이 변화하는 것처럼 가르치고 배우는 세계를 설명하는 교육학 이론 역시 변화한다. 21세기 현재, ‘학습자 중심’은 교육학의 기본 전제다. 학습자의 삶에 연결된 문제·과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해당 과제와 관련된 개념·지식·이론을 자발적, 주도적으로 학습하게 하자는 전략이다. 즉 개념·지식·이론을 학생에게 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습자 스스로 본인 삶의 주인이 되는 경험 역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100만 디지털 예비인재 양성 과정에서도 전제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생활하는 교실과 학교, 그리고 학생들 삶과 연결된 세상에서 발생하는 실제 데이터가 학생들이 접근 가능한 상태로 개방되고, 해당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문제에 대한 본인의 해결방안을 적용해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서의 학습환경 혹은 세계가 실습플랫폼의 형태로 제공되어야 한다. 



06  디지털 코드와 데이터, 그리고 알고리즘을 교육시스템의 거버넌스 안에 담는 방법은 있는가?

  종이에 새겨진 텍스트는 독자의 머릿속에 영향을 주지만, 디지털 코드는 세계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도구이다. 소설 같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n번째 팬데믹은 디지털 버전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교육에서 사용하게 될 디지털 자원에는 새로운 거버넌스 원칙이 필요하다. ‘교육에 적용되는 인공지능의 윤리원칙’(2022년 8월, 교육부 발표), ‘학교 현장에서의 인공지능 도입 가이드라인(2021년 8월, 서울시교육청 발표)’ 등 행정 주체들의 원칙이 꾸준히 정교하게 고안되어야 할 뿐 아니라,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과정에 포함되어야 할 윤리원칙과 교육과정, 내용이 마련되어야 한다.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

  100만 디지털 인재는 본인 삶의 행복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그리고 우리 인류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인재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과 함께 개인과 사회, 그리고 인류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역량들이 ‘양성 과정’ 내에 포함되고, 이를 보장하고 보호하기 위한 교육시스템의 거버넌스가 마련되어야 한다. 100만 디지털 예비인재는 디지털 기술을 충실하게 다룰 수 있고 동시에 기술의 가능성이 충분히 반영된 교육시스템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초·중·고 교과서에 포함되는 실시간 빅데이터와 디지털 코드가 검인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하고, 코드와 데이터를 실습해볼 수 있는 디지털 실습플랫폼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 A학교 B반이라는 소속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개발자 커뮤니티의 소속감 역시 100만 디지털 예비인재에게 제공되어야 하며, 가르치고 배우는 주체의 엄격한 구분이 아니라 누구나 가르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체제 역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정책에 참여하고 있는 현재의 디지털 인재들이 현재의 교육시스템 혁신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를 바란다. 100만 명의 디지털 인재를 위한 혁신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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