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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2 - 작은학교, 강소학교로 거듭나기 - “작은학교로 오세요!”…지역과 손잡고 상생 해법 찾다

글 _ 양지선 기자


  폐교 위기에 처한 작은학교들이 지역과 연계해 상생 해법을 찾고 있다. 학교 간 연합을 통해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주민자치회와 협력해 이주민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또한, 지자체와 함께 마을을 정비하고 주거 서비스를 지원하며 유학생 모집과 학생 전입에 힘쓰고 있다. 지역과 힘을 합쳐 강소학교로 거듭나고 있는 작은학교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마차고와 주천고의 고교학점제 공동교육과정 수업 안내 시간표마차고와 주천고의 고교학점제 공동교육과정 수업 안내 시간표


마차고 전경. 주천고 학생들은 지난해 2학기 매주 금요일 이곳에 와 마차고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마차고 전경. 주천고 학생들은 지난해 2학기 매주 금요일 이곳에 와 마차고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다.



작은학교 고교학점제, ‘협력’으로 극복

  지난해 12월 10일, 강원 영월군에 있는 마차고등학교(교장 홍성준)에 인근의 주천고(교장 문석철) 학생 20명이 방문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두 학교 간 연합으로 이뤄지는 공동교육과정을 위해 찾아온 것이다. 학생들은 이날 하루 동안 총 3개 과목을 선택해 함께 들었다. 수업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두 교시를 연달아 수업(100분)하는 블록수업 형태로 이뤄졌다. 


  마차고는 전교생 40명 남짓, 주천고는 90명 남짓인 작은학교다. 2019년부터 3년간 함께 교육과정을 운영해온 두 학교는 작은학교에서의 고교학점제 운영 돌파구로 ‘협력’을 내세웠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과목 선택권을 주기 위한 학교 간 협력,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협력이었다.


  두 학교는 학생들의 수요조사를 통해 공동교육과정으로 총 13개 과목을 개설했다. 그중 미용의 기초, 바리스타, 기초촬영 등 일반고에서 보기 어려운 교양과목이 눈에 띄었다. 채희수 마차고 교사는 “앎과 삶이 일치하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학생들이 흥미 있어 하는 과목들로 구성하고, 최대한 다양한 선택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지역사회 교육자원 활용해 학점제 수업 운영 

  학교는 인근 대학과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민간 업체 등 지역사회로부터 강사자원을 확보했다. 양 학교를 오가는 전세버스는 영월군청의 지원을 받았다. 이외에도 학생들의 진로검사, 집단상담 등 교육 프로그램이 지역사회 지원으로 운영됐다.


  바리스타 과목을 2년째 담당하고 있는 김정합 제천커피교육학원 원장은 “방과 후 수업이 아니라 교과 시간 수업에 출강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걸 가르쳐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선택 과목을 들으며 새로운 진로를 찾기도 했다. 최근 바리스타 자격증 시험에 도전한 양영현(마차고 2학년) 학생은 “가족들에게 직접 커피를 만들어주며 뿌듯함을 느꼈다. 일반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과목을 듣고 진로의 폭도 넓어졌다.”라고 말했다. 바리스타가 꿈이라는 박가연(주천고 2학년) 학생은 “주 1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차고는 학교 시설을 정비하고 특별실을 활용해 수업 공간을 다양화했다. 미용의 기초 과목을 담당한 김소연 세명대 화장품뷰티생명공학부 교수는 “실습 위주 과목이어서 침대, 수납선반, 화장품 등 도구가 많이 필요한데 학교에서 전부 준비해주셔서 수업이 무리 없이 진행됐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사회 자원을 활용해 고교학점제 수업이 원활히 운영됐지만, 역으로 외부 강사에 의존한 것을 학교는 한계점으로 꼽기도 했다. 홍성준 마차고 교장은 “학교에서 제일 어려운 점이 강사 구하기다. 연구학교 운영 중에는 예산이 지원돼서 지역사회의 자원을 끌어올 수 있었지만,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라며 “교양과목 이외에 필수 교과에서도 공동교육과정이 이뤄지려면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교·강사 인력풀을 구축해 단위 학교에 지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차고·주천고의 공동교육과정 바리스타 수업 시간, 김정합 제천커피교육학원 원장이 커피 추출기를 활용한 실습 교육을 하고 있다.마차고·주천고의 공동교육과정 바리스타 수업 시간, 김정합 제천커피교육학원 원장이 커피 추출기를 활용한 실습 교육을 하고 있다.


미용의 기초 과목은 김소연 세명대 화장품뷰티생명공학부 교수를 초빙해 실습 위주 수업이 진행됐다.미용의 기초 과목은 김소연 세명대 화장품뷰티생명공학부 교수를 초빙해 실습 위주 수업이 진행됐다.



북일면, 주민자치회 노력으로 주민 101명 증가 

  전남 해남군 북일면에서는 작은학교인 북일초(교장 신현)와 두륜중(교장 윤채현)을 살리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나섰다. 지난해 기준 북일초는 전교생 18명, 두륜중은 19명으로 두 학교 모두 폐교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북일면주민자치회에서는 전입 가구를 위한 주택과 일자리 제공, 전교생 해외연수, 학생장학금 지원, 온종일 무료 돌봄 등 총 17개 혜택을 내걸었다. 


  지난해 11월 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학생모심 운동’을 위해 북일면주민자치회, 북일초·두륜중 학생과 학부모들, 해남군과 면사무소 등 100여 명이 모였다. ‘100년 작은학교 구하기’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필두로 이들은 “북일로 오세요, 학생 모십니다!”라며 절박한 함성을 외쳤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홍보와 파격적인 특전으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전국에서 76가구가 전입 신청서를 접수했고, 이 중 평가를 거쳐 20가구가 선정됐다. 탈락자들의 간청으로 기존 계획보다 5가구가 추가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북일면에는 유치원생 8명, 초등학생 36명, 중학생 4명, 고교생 2명 등 총 50명의 학생을 포함해 주민 101명이 늘어나게 됐다.



 지난해 11월 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학생모심 운동’을 위해 북일면주민자치회,  북일초·두륜중 학생과 학부모 등 100여 명이 모였다. 지난해 11월 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학생모심 운동’을 위해 북일면주민자치회, 북일초·두륜중 학생과 학부모 등 100여 명이 모였다.



북일면자치위원회에서는 전입 가구를 위한 주택과 일자리 제공, 전교생 해외연수,  학생장학금 지원 등 총 17개 혜택을 내걸었다.북일면자치위원회에서는 전입 가구를 위한 주택과 일자리 제공, 전교생 해외연수, 학생장학금 지원 등 총 17개 혜택을 내걸었다.



도시 학생들 흥미 높이는 농산어촌 유학

  작은학교 살리기를 위한 군 차원의 지원도 본격화되고 있다. 해남군은 지역소멸위기 대응 협의체의 의제로 작은학교 살리기를 채택, 주민자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북일면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을 실시하고 있다. 이제 북일면의 모델을 지역 전체로 확산해 민관학 협치와 주민 주도의 문제 해결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명현관 해남군수는 “지역 실정에 맞는 모델 개발로 폐교 위기에 있는 작은학교를 하나씩 활성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라남도교육청은 전남농산어촌유학 사업을 통해 전남 이외의 도시 학생들이 최소 6개월 이상 전남에 전학 와서 생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하며, 홈스테이나 지역센터 거주 이외에 가족 전체가 이주하는 경우 초1부터도 가능하다. 전남교육청에서 최대 3년간 월 30만 원의 유학비를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총 247명의 학생이 참여했고, 이 중에서 145명(58.7%)이 연장 신청해 학생들의 교육성과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과 시·군 지자체는 마을 단위 안전망 구축과 시설 공동 활용, 학교의 특색프로그램 운영과 학부모 대상 농촌 일자리 교육, 지역민과의 교류 프로그램 운영 등에 예산을 지원해 유학생들의 정착에 힘썼다.



경남, 공공임대주택 건립해 주거 서비스 지원

  경상남도교육청은 경상남도, 시·군의 통합행정으로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학교 인근 정주여건과 교육환경 개선,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 지원 등을 통해 마을과 작은학교의 지속가능한 상생을 도모하는 사업이다. 지난해에는 의령군 대의초, 창녕군 유어초, 함양군 유림초 등 3곳이 선정됐고, 향후 5년간 교당 총 5억 원의 사업비 지원 외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임대주택 건립을 추가 지원한다.


  대상지로 선정된 시·군은 도와 함께 빈집 수리·임대, 임대주택 부지확보, 일자리 지원 등을 담당한다. 교육(지원)청과 학교는 작은학교만의 강점을 살린 교육활동, 공간혁신으로 학생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LH는 매입임대주택 건립·공급으로 농어촌지역의 면 소재 작은학교 주변 주거복지 서비스를 지원한다.



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은 작은학교 인근에 매입임대주택을 건립해 학교 인근  정주여건을 개선한다. 사진은 매입임대주택 조감도.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은 작은학교 인근에 매입임대주택을 건립해 학교 인근 정주여건을 개선한다. 사진은 매입임대주택 조감도.


남해 상주초 공공임대주택 건립 준공식 현장남해 상주초 공공임대주택 건립 준공식 현장



  2020년에 시작된 경남 작은학교 살리기 사업은 지역사회와 학교의 여건과 특색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군, 학교, 지역사회 중심으로 추진위를 구성하고 운영해왔다. 추진위는 월 1회 이상 개최해 이주민의 지속적 유도 방안을 고민하고 지역민 공감대 확산, 학교 교육과정 운영 등의 사안을 서로 협의하며 사업을 이끌었다.


  사업 첫해 선정된 남해군 상주초 인근에는 공공임대주택 5가구 준공이 완료됐으며, 빈집 정비 등을 통해 14가구가 전입해 총 19가구, 상주초 학생 25명 전입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경남교육청은 상주초에 2020년부터 3년간 총 5억 원을 지원하며 2020년 실내놀이터와 도서관 야외데크 조성 등 공간혁신, 2021년 도서관 내부 환경 개선, 도자기 체험실 등 문화예술 교육공간 조성을 추진했다. 또한, 학부모와 지역민은 책별당 마을도서관 운영, 상주은모래해수욕장과 금산의 자연환경을 살린 교육, 마을이 함께하는 돌봄 등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작은학교의 장점을 살린 체험학습과 개인별 맞춤형 교육 등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작은학교와 마을의 상생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유관기관과 주민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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