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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 학교탐방Ⅰ] ‘할머니, 저희들 왔어요’ 서울문일중

노의희 명예기자

 

서울문일중학교 정경  

 

네가 따르는 한 가닥 실이 있단다. 변화하는 것들 사이로 지나는 실, 하지만 그 실은 변치 않는다. 사람들은 네가 무엇을 따라 가는지 궁금해 한단다. 너는 그 실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만 다른 이들에겐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것을 잡고 있는 동안 너는 절대로 길을 잃지 않는단다. 비극은 일어나게 마련이고 사람들은 다치거나 죽는다. 그리고 너도 고통받고 늙어 간다. 네가 무얼 해도 시간이 하는 일을 막을 수는 없단다. 그래도 그 실을 꼭 잡고 놓지 말아라윌리엄 스테포드의 삶이 어떤거냐 하면에서   

 

말을 안 들어도 아예 안 듣는다는 나이의 중2... 대답은 세 가지 , 아니오, 괜찮아요로 말하고 대답한다는 중2들이지만 할머니들을 찾는 문일중 2학년들의 표정이 아주 익숙해 보인다. 학생들의 손을 잡고 바라보는 할머니들의 눈길이 손자들을 바라보는 그대로다. 금천구에 소재한 문일중학교(교장 윤기종)는 인성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소통의 장으로 관내 42개 경로당을 전교생이 연 2회 모두 방문한다. 교문 밖의 인성교육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손을 잡힌 중2 학생들의 눈망울과 손을 잡은 할머니들의 사랑은 자체가 인성교육이다. 격식 없이 문일중을 찾아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5분간 명상으로 시작하는 문일중 아이들  

 

문일중은 화요일과 목요일을 명상으로 시작한다. 위인들의 일화를 익히며 자기성찰과 인성을 함양한다. 조는 아이들은 없냐는 질문에 웃으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에 자상함이 보인다. “저희 문일중은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기독교 사상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향기가 난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어, 이향기가 어디서 왔지? 하고 찾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콩나물에 물을 주듯이 오랜 시간동안 물을 주고 나면 어느 날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고 여기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전교생이 1년에 두 번씩 42개의 관내 경로당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인성을 다듬고 있습니다. 선을 넘지 않는 교육은 어느 날 부쩍 성장해서 우리 앞에 찾아와 줄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습니다윌리엄 스테포드의 ‘The way It is'의 싯 구절을 옮겨 놓은 듯한 복지인성부장 이화정 교사의 교육철학에 흠칫 놀랐다.  

 

손을 잡힌 한 학생의 표정이 익살스러워 보인다. 할머니의 사랑스러운 시선도 꽤 자연스러워 보인다.  

 

남을 돕는 것이 즐거운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동아리 활동, 전교생이 월 1회 재활용품 수집을 통해 수익금으로 봉사활동으로 사용한다. 11년째 대표적인 봉사활동으로 자리 잡은 폐품수집은 문일중의 일상적인 인성교육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나눔과 소통은 인성교육의 한 키워드로 볼 수 있는 배려와 경청의 기본적인 소양. 어린 시절부터 나눔을 공부하고 체득한 경험이야말로 인성교육의 표본이라면 과언일까?

 

학생들이 성탄절에 관내 어르신들을 방문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희 학부모회에서 바자회를 통해 거둔 수익금 전부를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그 돈을 합해 소외된 어른신들에게 다시 전달하는 방식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물론 질좋은 식자재를 어머니들이 직접 구하고 만들어서 바자회를 열었으니 그 의미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김치전과 닭꼬치를 좋아하더군요담백하게 행사의 의미와 경험을 전달하는 이강민 학부모회장의 언변이 전직이 교사였을거라는 확신을 하게 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문일고로 진학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 버린다는 전통까지 이야기 하면서 학생들만큼 학부모들이 애교심이 각별해 보인다. 인성교육의 한 키워드 충과 효에 대한 자율적인 2대의 소통이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학생중심으로 학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는 윤기종 교장은 급식지도와 교문지도를 정례적으로 할 만큼 애착이 많은 목회자 겸 교육자로 쌍방향의 교육관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1967년 설립된 문일중학교는 건학이념인 자주자립의 교훈을 바탕으로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실력과 꿈, 인성을 갖추는 행복한 사람육성을 모토로 교사들이 먼저 나서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고 교감하며,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배움의 인성교육을 목표로 학교를 경영하는 것이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

  

 폐품수집으로 만들어내는 동아리 활동  

 

남학생들만으로 구성된 학생공동체가 전인적 인격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성교육이 중요해 독서활동과 봉사활동을 통한 체험형 인성형성에 주력하고 있다는 문일중학교. 독서활동에 대해 질문하자 저희 학교는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밤샘토론을 할 정도로 열성적입니다. 선생님들, 학생들, 학부모님들대로 모두 독서동아리활동을 하면서 책을 통해 진로를 탐색하고 모색하고 전환기인 기말고사 이후에 반별로 책을 구입해 순환해서 독서하고 시상하는 등의 선진적인 기법으로 독서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인문을 통한 인성교육이 바로 저희 학교의 교육방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독서활동에 할 말이 많은 김길윤 교감은 김어준 기자, 영화배우 장동건 등 스타 동문을 많이 배출한 것도 인문교육의 영향이 있을 거라고 미소짓는다.  

 

 '책()에서 책(策)을 구한다'는 말이 있다. 어린시절 인문교육의 자연스러움이 이 아이들에게 균형잡힌 인생관을 만들어 줄 것이다. 독후감을 작성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아주 진지해 보인다. 

 

지역사회를 향한 학생들의 작은 활동이 보람이라는 결과물을 낳는 것은 학교 구청 복지관의 협업의 산물이겠지만 역으로 크게는 인성이 확실하게 다져지는 인격을 지닌 학생들이 미래의 인재로 성장한다는 결과물이다. 금천구 관내 42개 경로당에 교사와 전 학생이 년 2회 방문하여 어르신들과 소통과 이해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현세대의 문제인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세대 간의 단절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일단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다.  

 

문일중학교는 내년에 개교 50주년을 맞는 금천지역의 중심학교다. 그리고 학생의 한 개인이 사회와의 조화로 더불어 사는 삶의 행복을 누리는 인격체가 되게 하는 인성교육을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선을 넘지 않는 교육, 그리고 지켜야할 선을 꼭 안고 가는 문일중 학생들은 인문과 인성을 그대로 가지고 교육의 꿈인 꿈과 실력, 그리고 인성을 가진 행복한 학교다. 

 

 (좌로부터) 이강민 회장, 이화정 교사, 김길윤 교감, 김영석 대표, 노익희 기자

 

취재 노익희 명예기자, 동반 인컴퍼니 김영석 대표김길윤 교감, 복지인성부장 이화정 교사, 3학년 장태희 학부모 이강민 학부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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