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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종, 뮤지컬 발표회 열려 -예술전용실에서 학급별로

최홍길 명예기자

며칠 전, 선정고에서 ‘유학생 예술제’가 온라인으로 중계되었다. 한국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서 일본에서 온 학생들의 숫자가 적지 않은데 이들은 연례행사 가운데 하나로 대강당에서 예술제를 개최하면서 동료 학생들과 교사들을 하객으로 초대해 잔치를 벌였다. 그런데 작년부터 코로나19 때문에 이 행사가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유학생들은 열정적으로 준비했으나 온라인 발표여서 한계가 보였다.


하지만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비대면 행사가 소규모로 열렸다. 이 학교 2학년 학생들이 12월 마지막 주인 28일(화)과 30일(목)에 협력종합예술활동실에서 학급별로 뮤지컬 발표회를 가진 것이다. 창체 활동 가운데 하나인 2학년 ‘독서’는 외부 전문강사가 학교를 찾아와 수업을 진행하는데 2학기 내내 반응이 뜨거웠다. 대강당에서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표는 하지 못하고, 30여 명의 관객들만 참석하게 한 다음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발표회를 진행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역점사업으로 추진중인 협력종합예술활동(이하 협종)은 재학 중 최소 한 학기 이상 교육과정 안에서 학급의 모든 학생이 연극·영화·뮤지컬 등의 예술활동에 동참함으로써 자신의 끼를 펼치는 학생중심의 예술체험교육이다. 서울 은평구에 자리한 선정고는 1학기 때는 사진 수업을, 2학기 때는 뮤지컬 수업을 1주일에 1번씩 진행해 왔는데 교실이 아닌 전용공간을 작년에 마련한 것이다.


이 학교는 교과교실제를 대비해 가변형 교실 구축을 하면서 교육청의 예산지원을 받아 예술활동공간까지 새롭게 만들었는데, 예감(=예술적 감수성의 준말)이 그곳이다. 학생들의 동참을 유도하려고 공간의 이름부터 이들의 의견을 참고했다. 이 공간은 60개의 좌석이 있는 객석의 면적과 무대의 면적이 엇비슷하다는 게 독특한데다 조명과 음향 등 최첨단 시설을 자랑한다.


뮤지컬은 각 학급마다 시나리오가 달랐다. 서른여 명의 학생들은 주연, 조연, 엑스트라, 조명감독, 음악감독, 연출, 조연출, 촬영감독, 작가, 소품감독 등의 역할을 하나씩 맡아 함께 만든 뮤지컬을 완성하였다. 1교시부터 7교시까지 같은 교실에서 앉아서 수업을 듣다가 마이크와 조명이 있는 색다른 무대에 올라가서인지 학생들은 뮤지컬 시간 자체만으로도 즐거워했다.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하면서 때로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더욱 돈독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교과 수업에 흥미가 없던 한 학생은 뮤지컬 연출 역할을 맡고 나서 진로를 바꾸기도 했다. 학생들은 각자 맡은 배역에서 저마다의 꿈과 끼를 발산하며 초연이자 마지막 공연인, 한번뿐인 공연을 소중하게 올렸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돌아갔을 때 학생들이 무대에서 사진을 찍으며 실수했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하며 회포를 풀기도 했다.


각 학급의 협력교사들은 “목소리의 톤이 좋고 발음이 정확하면서 감정 표현력 또한 좋아 연기에 재능이 있어 보입니다”, “작가를 맡아 공연이 행해지는 무대를 상상하며 글을 입체적으로 표현해 완성도를 높여주었습니다”, “연기와 노래의 기본기가 탄탄하고 개사 능력과 연출력 또한 뛰어나는 등 뮤지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합니다”와 같은 내용으로 생활기록부의 자율활동에 입력도 해주었다.


학생들의 뮤지컬을 본 뒤 김 모 교사는 “수업시간에 잠만 자는 문과 남학생들이 뮤지컬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15분이라는 발표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 모 교사는 “말없이 다소곳하게 수업받던 학생이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하는 모습이 신선했다”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게다가 어떤 교사는 “상황이 좋아지면 내년 2월 개학 때 대강당에서 공연하는 방법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제안까지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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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즐기는 예술을 통해 학생들의 예술적 감수성과 협력적 인성 함양을 목표로 하는 학교 예술교육! 화려한 조명 등 최첨단 기자재를 활용해 발표회를 가졌기에 학생들의 소감 또한 뜨거웠다. 코로나19의 상황에서 학교축제는 진행되지 못했으나, 이번에 실시한 소규모 뮤지컬 발표회가 영원한 추억거리가 될 거라고 학생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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