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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껍데기는 가고, 5월에는 알맹이만 남아라

성완 명예기자

세월호 참사 7주기 추모 게시판

세월호 참사 7주기 추모 게시판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1차 고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경남 세종고등학교 교실 한켠에 작은 게시판이 마련되었다. 모두들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노란색 쪽지에 짧은 마음을 담아 붙였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올해로 우리는 그 아픈 사건을 가슴에 품고 7년을 살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학생들과 자신의 구명조끼를 아이들에게 내어준 선생님들…… 너무나 많은 소중한 사람들이 우리의 곁을 떠났다. 그 후 대한민국의 국면은 크게 바뀌었다.
1960년 4월 19일에는 혁명이 일어났다. 국민이 독재에 저항하여 진정한 민주주의의 역사를 열게 된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다. 가치를 매길 수도 없이 소중한 수많은 생명이 원치 않게 떠나가야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유가족들과 국민들은 통곡하였다. 그 서러운 이별 뒤에 남은 사람들은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만 하였다. 남은 이들은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했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리하여 남은 이들은 더욱 나은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다.
5월은 사랑의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성년의 날과 스승의 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4월이 지나고 5월을 맞이하는 우리는 그저 시간이 지나 5월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만 한다. 4월이 있어야만 5월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 5월을 성취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이 맞서 싸웠고, 또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신동엽 시인의 마음으로, 올해는 유난히 4월에 감사함을 느끼며 5월을 뜨겁게 맞이하게 되었다.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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