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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교육 2021년 03월호]
권혁기 명예기자
대구교육박물관(관장 김정학)에는 ‘한국판 안네의 일기’라 할만한 책이 전시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안네의 일기’는 독일 출신의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1940년 독일군 점령하의 암스테르담에서 나치스의 박해를 피해 지내며 쓴 일기이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역사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대구교육박물관에 전시된 ‘여학생 일기’가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여학생 일기' 전시 모습
‘여학생 일기’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대구의 한 여학생이 쓴 일기이다. 이 일기의 주인공이 대구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 3~4학년 때인 1937년 2월 18일부터 12월 12일까지 쓴 것이다. 지금으로보면, 고등학교 1학년 나이라 할 수 있다. 여학생의 이름은 알 수 없으나, 당시 학생들의 일상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료는 물론 교육자료로서도 높은 가치를 지녔다.
역사 및 교육적 가치를 지닌 '여학생 일기'
당시 학생들의 일기는 일본인 교사에 의해 검사를 받았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기의 내용이 학교 생활 및 식민지 사회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히려 이러한 점은 일제강점기 아래에서 안타깝고 비극적인 학생들의 일상을 환기하는 효과가 있다. 일제에 직접적으로 저항하는 내용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느끼고 깨닫게 하는 측면이 있다.
이 여학생 일기는 일본 교토 도시샤대학교 글로벌스터디즈 연구과의 오타 오사무 교수에 의해 세상에 드러났다. 오타 교수는 2007년 서울의 한 헌책방에서 이 일기장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 일기장을 구입하여 내용을 분석한 후 ‘중일전쟁 시기 대구 조선인 여학생의 학교생활’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2017년 대구교육박물관 관계자들은 두 번의 일본 방문을 거쳐 일기장을 직접 볼 수 있었고, 2018년 언론에 공개하였다.
우리말 번역을 통해 발간된 '여학생 일기' 도서
대구교육박물관은 이 ‘여학생 일기’를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말로 번역하여 비매품 도서로 보급하고 있다. 도서에는 원문의 번역 내용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보충 설명이 함께 있어 학교 수업에 활용하기 유용하다. 특히, ‘한 학기 한 권 읽기’ 도서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박물관측의 설명이 있었다. 이 도서는 대구교육박물관을 방문하여 신청하면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