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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로 위로를 전하고 싶어요” 시각장애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

백희 명예기자

  악보도 지휘자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25)씨 앞에는 악보스탠드도 없습니다. 대신 간간히 마실 물과 그녀의 어머니가 함께 하고 계십니다.
  2020년 올해 미국 맨하튼대 음대 최초의 시각장애인 대학원생으로 입학할 예정인 김지선양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한빛예술단의 한빛오케스트라 악장을 맡아 활동하였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 후 공연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한빛예술단의 공연이 매년 100회 진행되는 관계로 지선양이 매번 참여하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이번 공연에는 김종훈(시각장애인 바이올리니스트) 지휘자 좌측에 앉아서 오케스트라 전곡을 참여하였습니다. “연주로 위로를 전하고 싶어요.”라며 밝게 웃는 김지선양을 아리랑TV뉴스와 함께 인터뷰 했습니다.

Q: 어떻게 바이올린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A: 5살 때 음악학원에서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어요. 손이 남보다 작아 건반을 왔다갔다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1년쯤 지났을 때 옆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에 끌리게 되었죠. 학원선생님은 바이올린을 전공한 사람이었고 저에게 바이올린을 만져보게 했어요. 바이올린은 너무나 이상하게 생겼고 그런 악기가 소리를 낸다는 것도 신기했어요. 선생님께 해보겠다고 하고 일주일에 두 번씩 한 시간은 피아노, 또 한시간은 바이올린을 배웠어요.

Q: 바이올린을 배우는 데 어려운점과 어려움을 극복하기까지 과정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A: 아직 다 극복하지 못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안보이다 보니까 자세를 교정하는 것이 어려워요. 앞이 보이는 사람은 거울을 보고 하는데 저는 매일 손으로 만져서 하니 어려움이 있고, 예민한 부분이 지금도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Q: 그럼 자세교정을 위해서 매일매일 하는 것이 있을까요?
A: 스킬을 위해서 활이 바로 가는지, 거꾸로 가는지 만져서 하긴 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것과 옆에서 보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지금은 연습하면서 스스로 '이게 맞나?' 하면 어머니가 봐주시고 계세요.

Q: 악보가 보이지 않은데 악기를 다루는 게 대단합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A: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 부모님의 지지, 격려, 선생님들의 지지가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에술종합학교에 입학해서 첫 시련이 있다고 들었는데 무엇이었나요?
A: 앞이 안보이는데, 처음에 실내악 합주를 어떻게 하느냐며 반대 의견들이 있었어요. 시각장애인이 처음이다 보니 들어갔을 때 조교가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실내악을 연주할 수 있겠느냐며 껴주지 않았어요. 정말 충격적이었고, 2학기를 참다 지나서 저뿐만 아니라 후배들을 위해서 건의를 했어요. 4인조, 5인조부터 소리를 듣고 하면 안되겠냐고 건의를 한 다음 선배들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가면서, 총장실에 가서 건의를 한 후에, 실내악 연주팀에 들어가자마자 모두에게 인정을 받았어요. 저 같은 불이익을 받는 후배들이 없어져서 좋아요.(옆에 있는 첼리스트 후배 김민주를 가리키며 서로 웃는다.)

Q: 바이올린을 연습하면서 롤 모델이 되었던 분이 있을까요?
A: 이차크 펄먼이에요.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 아티스트인데, 그분의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면 매우 감동이에요. 힘들 때마다 그분의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노력했어요.

Q: 맨하튼 음악대학원에 입학하게 되면 무엇이 기대가 되고, 또 우려되는 점은 무엇일까요?
A: 미국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잘 되어있다고 생각해요. 2년 전에 카네기홀에서 연주하게 되면서 그분들과 합주나 중주의 경험이 있는데 시각장애인에게 열린 마음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배우게 되는 것들이 많이 기대가 되고, 특히 합주를 많이 하는 맨하튼대에서 함께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아 많이 기대가 되어요.

Q: 많은 기대감과 부담감이 있을 텐데 앞으로의 포부와 계획이 있을까요?
A: 많은 이들을 음악으로 치유하고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연주자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지선씨가 이처럼 잘 성장하고 시각장애인이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기까지는 여러선생님의 도움이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대구에서 이사 와 처음으로 한빛맹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지도교사인 현 서울효정학교(교장 황경선) 고웅재 교감선생님의 도움이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공연날 만나뵌 서울효정학교(영, 유아 시각장애인) 고웅재 교감선생님은 "김지선양이 워낙 음악적 소양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한빛맹학교 분위기 자체가 음악친화적인 분위기여서 교내에서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하면서 즐겁게 음악을 배울 수 있었고, 다양한 시각장애 음악인들을 접하면서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한빛맹학교는 시각장애 특수교육대상자를 대상으로하는 특수학교입니다. 최초에는 유치원 과정부터 초등학교 과정, 중학교 과정, 고등학교 과정, 그리고 학점은행제를 통해 전문대학교 과정을 이수하도록 하는 음악전공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였으나 유치부는 서울효정학교로 독립해 나갔다고 합니다. 한빛맹학교 시절 유치부 재학학생이 늘어나면서 학급 증설에 대한 학부모들의 교육적 요구가 높았으나, 교지가 부족해 학급증설에 이르지 못했는데 부지를 새로이 매입하여 2017년 9월에 시각장애 영유아만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효정학교가 개교하여 총 7학급 30명의 학생들이 전국에서 모여 시각장애 영유아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 효정학교는 전국 유일의 시각장애 영유아만을 대상으로 하는 유치원 특수학교답게 시각장애에 영유아교육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효정학교가 이렇게 개교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주민들의 많은 배려와 관심덕분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그당시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던 서울시교육청 박백범 부교육감, 현 교육부 차관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하셨습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한빛예술단, 시각장애인연주단은 얼마 전 세종시교육청에서 ‘배려와 상생의 공감콘서트’로 장애인에 대한 바른 인식의 필요성을 느끼고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위해 공연을 진행하였다고 합니다. 아파트의 주민들을 위해 ‘ 발코니 콘서트’도 한다고 합니다.
  이번 공연을 보면서 만나게 된 김지선씨, 또 한빛맹학교, 서울효정학교 교장 교감선생님, 그밖의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교육가족들의 힘들이 하나가 되어 이렇게 훌륭한 나눔의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열정과 재능을 아끼지 않으며 수고하시는 교육가족들과 함께 희망의 에너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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