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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30명, 오늘은 방역물품을 가지고 가정방문!

김인순 명예기자

 

학교(장흥장평중학교)에 취약계층 방역물품을 배포하도록 예산이 내려왔다. 매일 아침에 열리는 비상 교직원회의에서 누구에게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배부할지에 대한 협의를 하였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으로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담임 중에서 그렇게 선별하면 오히려 받으면서 기분이 나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면 희망하는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왔다. 학생 수가 30명도 안 되니 그냥 전교생에게 배포하되 개수에 약간의 차등을 두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최종 합의되었다.

한 개에 5천 원이 넘는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을 다행히 이틀 만에 구입하여 어떻게 배부할까를 다시 협의하였다. 전원 택배로 보낼까, 담임이 출장 배달을 할까? 학교에 등교하라고 할까? 갑론을박 끝에 도보가 가능한 가까운 학생은 가져가고, 원거리 학생은 택배와 출장 배달을 하기로 했다. 아직 학급 아이의 얼굴도 못 본 담임들과 함께 방역물품을 가지고 택시를 탔다. 담임은 그렇지않아도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잘 됐다고 반긴다.

작년 내내 학교 오는 날만큼 선생님들이 가정방문을 해야 했던 00이 집에 제일 먼저 방문했다. 담임이 매일 점검하는 과제로부터 유일하게 자유로운 아이이기도 했다. 컴퓨터가 없어, 1학년 담임이 일찍이 교과서를 배달했지만, 과제를 못하고 있었다. 00이는 부스스한 모습으로 슬리퍼를 끌고 나왔다. 몇 차례나 왔던 녀석의 집이었다. 내 나름 마음을 썼기 때문에 은근 반가워할 모습을 기대했다. 그런데 나는 거의 본 듯 만 듯하더니 담임선생님 앞에서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인사를 한다.

“ 잘 있었어?”
“ 네.”
“ 학교 안 오는 기분은 어때?”
“ 가끔 가고 싶어요.”
“ 그래? 다행이네”
“ 아 그런데 선생님, 공부를 어떻게 해서 보내면 돼요?”
“ 숙제하게? 교과서 보고 너가 공부한 걸 간단하게 정리해서 보내면 돼.”
“ 해 볼게요.”

그냥 해본 소리려니 하면서도 우리는 엄청 칭찬샤워를 하고 돌아섰다. 보내는 인사도 담임선생님에게 깍듯했다.

장동면을 지나며 기사님에게 ‘혹시 이 근처에 안중근 의사 사당이 있지 않나요?’ 여쭸더니 바로 곁이라며 해동사에 차를 멈춘다. 우리나라 유일의 안중근 의사의 사당이다. 올해 안중근 의사 순국 110주년 기념의 해다. 의사님 어머니의 목소리가 해동사 곳곳에 쟁쟁하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가까이 있으나 가보지 못했던 해동사를 코로나19 때문에 잠시나마 가볼 수 있었다. 곳곳을 다니며 아이들이 집에 지루하게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자녀가 많아 컴퓨터 한 대로는 수요가 넘치는 민00이네 집에는 태블릿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오늘 000이 담임이 자랑을 한다. ‘000이가 처음으로 공부를 했어요.’ 모두 박수를 쳤다. 담임의 가정방문이 효과가 컸다고 했다.

학생 원격 학습지원을 매일 담임교사가 일일이 점검하기로 협의는 했지만, 가능할까 확신이 서질 않았다. 11시가 넘어도 일어나지 않는 아이도 허다하고, 컴퓨터 없는 아이도 있고, 휴대폰이 없는 아이도 있다. 그런데 오늘 비상회의 보고에서 대부분 학생이 시간은 각자 다르지만 공부를 하고, 결과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지침만으로 의무적 시행을 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는 공문 지침을 우리 학교 실정에 맞게 어떻게 아이들을 지원할 것인가 끊임없이 논의하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도시와는 달리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역량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학생배움중심 수업을 올해부터 실천해보자고 했는데 초반부터 온라인 강의로 지식만을 배워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적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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