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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여고생 주연의 가장 평범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영화 '벌새' 이야기

김민중 명예기자


  하나도 특별하지 않은데 특별한 영화 하나가 개봉을 했습니다.

  제목은 「벌새」입니다. 영화의 메시지가 의미심장합니다. ‘속마음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하는 미묘한 문장으로 관객의 마음에 의문을 던집니다. 전작 「리코더 시험」으로 벌써 해외영화계에서 주목을 받은 김보라 감독의 2018년 작품으로, 이 평범한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하여 베를린영화제, 시애틀영화제 등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25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영화의 힘을 한 번 더 보여준 수작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입니다. 이것만으로도 한국 단편영화의 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칸영화제에서 정상을 차지했던‘기생충’에 이어 한국영화의 매력이 또 한 번 세계를 사로잡은 것입니다.

  대구 사람으로서는 놀라운 일이 또 있습니다. 바로 주연 배우가 대구 출신, 그것도 대구의 여고생이라는 것입니다. 동문고 1학년인 박지후 학생이 주인공으로 얼마 전 JTBC 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에 출연하여 연기력을 인정받은 박지후 학생은 「벌새」에서는 어엿한 주연 배우로 멋진 연기력을 뽐냅니다. 투명하고 잔잔하면서도 인물의 감정을 정확히 살려낸 연기는 영화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한국영화의 힘을 보여주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박지후 학생은 주연인 은희 역을 맡았습니다. 은희는 김일성이 사망하고 성수대교가 무너졌던 1994년 혼란스럽던 그 때에 평범한, 아니 평범해 보이는 가정의 15살 소녀입니다. 전혀 특별할 것 없을 것 같은 은희는 사실은 가정폭력으로 인한 상처를 안고서도 누구에게 털어놓지도 못하는 소녀입니다. 그 고민을 힘겹게 털어놓았던 선생님은 섣부른 조언을 하기 보다는 은희의 말을 차분하게 들어줍니다. 오빠에게 폭력을 당하고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며 상처투성이가 되었던 은희를 감싸주는 영지 선생님은 은희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됩니다. 그렇게 은희는 힘들지만 쓰러지지 않고 삶의 위기와 절망적인 순간을 무사히 넘기게 됩니다.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언제나 기쁜 일들이 함께 한다.”는 명대사는 은희가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줍니다. 바로 제목이 의미하는가장 작은 새인 ‘벌새’의 놀라운 힘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자기 밖에 모를 줄 알았던 오빠가 사실은 동생도 무척 걱정하며 사랑하고 있었다는 진심을 보여주어 가족의 소중함을 상기시킵니다.

  성장 영화이기 때문에 인물 내면의 감정 변화가 사건과 어우러져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데 박지후 배우는 이 모든 것을 훌륭하게 해냅니다. 영지 선생님 역의 김새벽 배우와 더불어 표정과 분위기, 절제되면서도 풍부한 연기로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고 그 결과 영화는 뛰어난 완성도로 전 세계의 찬사를 받으며 박지후 배우 역시 여우주연상의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조금도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가장 우리다운 모습으로 풀어낼 때 예술성과 상업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벌새」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은 영화를 어느 한 편에 치우침이 없도록 하고 단순하면서도 견고한 이야기의 세계로 관객을 끌어들입니다.

  8월 말에 개봉한 영화는 박지후 배우의 인상적인 연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에도 뒷심을 발휘하여 감동의 여운을 잊지 못한 많은 관객들의 재관람으로 대규모 블록버스터 사이에서도 비주류 영화로서는 이례적으로 관객 수 7만 명을 넘겼습니다.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이미 세계의 찬사를 받았고 대구의 자랑이 될 박지후 배우의 열연을 감상하며 가까운 영화관으로 가서 그 시대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는 소녀 은희의 가장 보편적이고 찬란한 이야기를 들어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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