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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잔재 청산 사업 광복 이후 76년, 학교에는 여전히 ‘일제’가 남아있다

충청남도교육청

지난 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이한 이후 76년이 흘렀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생활 곳곳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일제 잔재가 남아있다. 학교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충청남도교육청은 학교 내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교가 개정과 기념물 철거, 수업자료 제작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8월 광복절을 맞아 충남교육청의 일제 잔재 청산 사업을 소개한다.

글 _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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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동하는 금강의 힘찬 물살은/세계로 뻗어나갈 우리의 의지… ’

  충남 금산여자고등학교(교장 고윤자)가 지난해 새롭게 개정한 교가의 가사다. 지난 1957년 개교한 금산여고는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김동진 작곡가가 만든 교가를 60년 넘게 불러왔다. 학교는 지난 2019년 친일 잔재를 없애기 위해 교가 변경을 추진했고, 학교 구성원과 동문들의 의견을 반영해 1년여 만에 새로운 가사와 선율의 교가가 만들어졌다. 새 교가는 이 학교 3학년 임소현 학생이 작사와 작곡을 맡아 더욱 의미 있다. 


  금산여고와 같이 친일파가 작사·작곡한 교가를 사용해온 학교는 충남도 내 24곳에 달했다. 충남교육청은 이 중 4곳(입장초, 고남초, 금산여중, 금산여고)의 교가를 개정 완료했다. 지난 2018년부터 일제 잔재 청산 사업을 시작한 충남교육청은 현재까지 교내에 게시된 일본인 교장 사진을 모두 공개장소에서 철거했고, 학생 생활규정 중 ‘동맹휴학(일제의 식민통치 및 교육에 항의한 행동)’, ‘백지동맹(시험 거부 및 백지 답안지 제출)’ 등 독립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만들었던 징계 항목 규정도 모두 삭제했다. 논산여고와 강경여중에서는 순결 등 성차별적 용어가 담긴 교훈을 개정했고, 가이즈카향나무(왜향나무)가 심겨 있는 학교는 신청을 통해 총 120곳이 폐기하거나 다른 수목으로 교체했다. 독재정권의 유산인 건물 머릿돌은 4곳에서 발견돼 철거하거나 설명문을 설치해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충남의 한 초등학교에 심어진 가이즈카향나무.  이 학교에는 가이즈카향나무가 20그루 넘게  심어졌는데, 일제 잔재 청산 사업을 통해 교육  목적으로 한 그루만 남겨 두고 모두 제거했다충남의 한 초등학교에 심어진 가이즈카향나무. 이 학교에는 가이즈카향나무가 20그루 넘게 심어졌는데, 일제 잔재 청산 사업을 통해 교육 목적으로 한 그루만 남겨 두고 모두 제거했다


충남교육청은 교내에 게시된 일본인 교장 사진을  모두 공개장소에서 철거했다충남교육청은 교내에 게시된 일본인 교장 사진을 모두 공개장소에서 철거했다


일본인 교장 사진 철거 완료, 교가·교훈 개정 진행

  충남교육청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를 일제 잔재 청산 제1기 사업으로 완결하고, 올해부터 2023년까지를 제2기 사업으로 명명해 3년간 추진할 계획이다. 먼저 올해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관련 기관 전문가로 구성된 학교 내 일제 잔재 청산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일제 잔재 청산 기준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로, 일제 잔재 범위는 충남 소재 교육 현장에 남아있는 일제 강점하의 모든 유·무형 잔재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학교 내 토론회와 언론을 통한 홍보 계획 수립, 일제 잔재의 교육적 활용을 위한 단죄문이나 설명문 설치, 청산을 위한 지속적인 권고 필요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충남교육청은 앞으로 위원회 회의 결과를 사업 운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충남 지역 전 학교장을 대상으로 학교 내 일제 잔재 청산 관련 연수도 실시했다. 지난 4월 총 8차례에 걸쳐 진행된 연수에서는 일제 잔재 청산의 필요성과 실질적 방안, 제2기 사업 추진 계획 등을 안내했다. 성원기 충남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는 “제1기 사업에서 일제 잔재 청산에 대한 공감대 부족으로 현장 추진 동력이 떨어졌고, 학교와 동문회의 반대가 한계점으로 드러났다.”라며 “학교장 연수 등을 통해 현장에 일제 잔재 청산 사업의 당위성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설명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2학기 중에는 교감과 업무담당자 대상 연수를 이어갈 예정이다.


  충남 전체 초·중·고, 교육지원청, 직속 기관을 대상으로 교가, 기념비와 시설물, 교장, 설립자, 이사장, 기관장 명단 조사도 완료했다. 교가에 남아있는 일본풍 음계(일본식 5음 음계인 요나누키음계), 기념비나 시설물 중 일본식 비석(비석의 끝이 뾰족한 사각뿔 형태)의 설치 여부 등을 파악하고, 인물 조사를 통해 교육자료로 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학생 중심 교육 활동을 통해 학교 주도의 일제 잔재 청산이 이뤄질 수 있도록 6개교에서 향토사 동아리를 선정해 활동비를 지원했다. 각 동아리에서는 물리적인 것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용어나 문화 속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를 찾아 바꾸는 캠페인을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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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잔재 청산은 우리 삶과 연계한 살아 있는 역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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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잔재 청산 통해 학교를 역사교육의 장으로

  충남교육청은 올해 일제 잔재 청산 사업과 관련해 8,400만 원의 예산을 추경으로 편성했다. 이를 통해 학교 내 일제 잔재 자료조사와 분석을 통해 교가 개정 및 기념물 철거 등 일제 잔재 청산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한다. 충남역사교사모임, 지역별 역사교육지원단을 활용해 교과나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적용 가능한 수업자료도 제작한다.


  또한 민족문제연구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근현대사 교육과 체험학습을 실시한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개발한 친일 청산 역사문화 탐방 프로그램은 친일 청산의 선구자 임종국 선생 기념관, 동학농민운동 당시 세성산 전투 현장, 독립기념관 등을 답사하는 코스로, 2학기 중 도교육청에서 학교별 신청을 받아 총 3회 진행할 계획이다. 연말에는 언론, 시민사회단체와 교원,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일제 잔재 청산 과정을 공유하는 보고회를 개최, 학교와 지역사회의 관심 속에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한다.

  성 장학사는 “학교 내 일제 잔재 청산 사업을 통해 올바른 역사관을 함양하고, 과거를 반추함으로써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민주시민을 양성할 수 있다.”라며 “학교가 그 자체로 역사교육의 장이 될 수 있으며, 학생들의 삶과 연계한 살아 있는 교육으로 새로운 학교 문화를 조성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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